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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디자인

AI시대, 디자이너는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26.10.26

AI 시대, 디자이너의 일 만드는 일이 쉬워졌을 때, 쌓아온 경험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

AI 시대, 디자이너의 일 만드는 일이 쉬워졌을 때, 쌓아온 경험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

1. 도구를 익히면서, 일의 방향을 생각한다 최근 여러 AI 도구를 테스트하면서 두 가지 생각이 함께 든다. 하나는 가능성이다. 예전에는 시간이나 기술의 제약 때문에 시작하지 못했던 일을 이제는 직접 해볼 수 있다. 콘텐츠를 만들고, 홈페이지를 구현하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부담이 줄어들고 있다. 다른 하나는 내가 해온 일의 가치에 관한 고민이다. 누군가에게 비용을 받고 제공하던 결과물을 더 많은 사람이 직접 만들 수 있다면, 앞으로 나는 무엇을 제공하고 어떤 이유로 선택받을 수 있을까. AI를 얼마나 잘 쓰느냐와 함께,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어디에 쓸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2. 홈페이지를 만들었다는 것과, 잘 설계했다는 것 웹 디자인을 잘 모르는 친구가 AI로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원하는 기능이 구현됐고 실제로 작동했다. 친구는 자신이 홈페이지를 만들었다고 이야기했다.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사이트를 살펴봤을 때는 다른 부분들이 보였다. 콘텐츠의 가로 폭과 정렬이 일정한지, 정보를 읽는 시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 어느 지점에서 내용을 끊어야 하는지, 중요한 버튼이 적절한 위치에 놓여 있는지. 구현은 되어 있었지만, 사용자가 정보를 이해하고 행동하도록 돕는 디테일은 충분히 다듬어지지 않았다. 같은 결과물을 보면서도 판단의 기준은 달랐다. 친구에게는 ‘작동하는 홈페이지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중요했고, 나에게는 ‘그 홈페이지가 정보를 어떻게 전달하는가’가 보였다.

3. 차이를 알아보는 것과, 그 차이에 값을 지불하는 것 경험이 있는 사람은 결과물의 부족한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 차이가 곧바로 경제적 가치가 되지는 않는다. 홈페이지가 존재하고 기본적인 기능만 수행하면 충분한 사람도 있다. 그런 목적이라면 내가 발견한 디테일의 부족함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반대로 방문자의 이해, 브랜드에 대한 신뢰, 문의나 구매로 이어지는 행동이 중요하다면 정렬과 정보의 위계, 시선의 흐름 같은 요소가 의미를 갖는다. 결국 내가 설명해야 하는 것은 단순히 “전문가가 만들면 더 좋다”는 말이 아니다. 어떤 판단이 왜 필요하고, 그것이 상대방의 목적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4. 지금의 차이가 앞으로도 남아 있을까 현재 AI가 놓치는 부분을 사람이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 차이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AI가 발전하면 지금은 사람이 따로 지시해야 하는 정렬, 정보 구조, 시선의 흐름도 더 잘 처리하게 될 수 있다. 지금 발견되는 미흡함만을 앞으로의 경쟁력으로 삼기에는 불확실성이 있다. 그래서 고민은 “AI보다 무엇을 더 잘할 수 있을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AI로 제작의 부담이 줄어들었을 때, 나는 내 경험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가.

5. 경험을 사용하는 세 가지 방향
첫 번째 — AI를 활용해 더 많이 제작한다 기존의 디자인 대행 업무를 유지하면서 제작 속도와 처리량을 높이는 방향이다. 단가가 낮아진다면 더 많은 일을 수행해 기존의 수입을 유지할 수 있다. AI를 활용해 반복적인 제작 시간을 줄이고, 여러 작업을 빠르게 처리하는 방식이다. 다만 제작이 빨라진다고 전체 업무가 같은 비율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의뢰를 이해하고, 클라이언트와 소통하고, 수정 요청을 반영하고, 최종 품질을 관리하는 일은 남는다. 이 방향에서는 제작 속도뿐 아니라 늘어난 업무량까지 감당할 수 있는 구조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두 번째 — 클라이언트를 돕던 역량을 내 사업에 사용한다 지금까지 상세 페이지와 콘텐츠를 만들었다면, 그 작업은 결국 누군가의 상품 판매를 돕는 일이었다. 이제는 내가 직접 상품을 찾고, 디자인과 콘텐츠 제작 경험에 AI를 더해 판매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클라이언트의 사업을 지원하던 역량을 내 사업에 사용하는 것이다. 예전부터 만들고 싶었던 온라인 커뮤니티도 같은 맥락이다. 시간과 구현의 제약 때문에 미뤘던 공간이나 서비스를 직접 만들고 운영할 수 있다. 물론 상품을 고르고 고객을 모으고 서비스를 유지하는 새로운 책임이 생긴다. 그럼에도 AI는 그동안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던 능력을 내 일로 연결할 가능성을 넓혀준다.
세 번째 — 선택받고 싶은 분야의 사례를 먼저 만든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그 분야의 사례가 부족하면 의뢰로 이어지기 어렵다. 역량을 설명할 수는 있어도, 상대방이 판단할 구체적인 결과물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의뢰를 기다리는 대신 내가 직접 사례를 만들 수 있다. 관심 있는 분야의 문제를 정하고, 내 판단과 디자인을 담은 결과물을 제작해 공개하는 것이다. AI로 제작 부담이 줄어든 만큼, 그 시간을 내가 보여주고 싶은 완성도에 사용할 수 있다. 무엇을 왜 바꿨는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했는지까지 설명한다면 포트폴리오는 판단의 근거가 된다. 목표는 “이 분야는 이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이다.

6. 줄어든 시간을 어디에 쓸 것인가 세 방향은 서로 배타적인 선택은 아니다. 기존 대행 업무를 유지하면서 직접 사업을 실험할 수도 있고, 원하는 분야의 사례를 함께 쌓을 수도 있다. 다만 같은 AI를 사용하더라도 확보한 시간의 쓰임에 따라 일이 달라진다.
방향 확보한 시간을 쓰는 곳 스스로 확인할 질문 제작량 확대 더 많은 의뢰와 납품 늘어난 업무량을 지속해서 감당할 수 있는가? 직접 운영 내 상품·서비스·커뮤니티 무엇을 제공하고, 누구를 모으며,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선택받을 이유 만들기 원하는 분야의 사례와 공개 어떤 판단과 완성도가 나를 선택할 근거가 되는가? 내가 고민하는 것은 단지 제작 시간을 줄이는 방법이 아니다. 줄어든 시간을 어떤 일에 투자해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다.

7. 지금 남겨두고 싶은 질문 AI를 테스트하는 이유는 기존 일을 빨리 끝내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예전에는 제약 때문에 생각에 머물렀던 일들을 실제로 해볼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아직 세 방향 중 하나를 정답으로 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도구를 익히는 것만으로는 앞으로의 방향이 정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무엇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가. 그 판단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그리고 그 경험을 어떤 일로 이어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