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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디자인

AI 이후, 디자인 경험은 어디로 향할까

26.10.26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정리해두는 세 가지 방향과 판단 기준

AI가 제작에 필요한 시간과 기술의 장벽을 낮춘다면, 디자인 일을 해온 사람은 앞으로 무엇을 하게 될까.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이 사라진다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그 경험을 사용하는 방식과, 시장에서 비용을 지불하는 이유는 달라질 수 있다. 같은 역량을 갖고 있어도 누구는 더 많은 작업을 하고, 누구는 직접 사업을 운영하고, 누구는 특정 분야에서 선택받는 사람이 될 것이다.

미래를 하나로 단정하기보다, 어떤 조건에서 어떤 방향이 유리해지는지를 정리해두고 싶다. 아래 세 가지는 그 변화를 관찰하기 위한 가설이다.

AI 시대, 경험을 사용하는 세 가지 방향과 판단 기준

1. 제작 효율을 높여 더 많은 일을 하는 방향

첫 번째는 기존의 디자인 대행 업무를 유지하면서 AI로 제작 속도와 처리량을 높이는 방식이다.

예전에는 하루가 걸리던 작업을 몇 시간에 끝낼 수 있다면,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의뢰를 처리할 수 있다. 건당 단가가 낮아지더라도 작업량을 늘려 수입을 유지하거나 높이는 선택이다.

다만 이 방향이 성립하려면 단가가 떨어지는 속도보다 전체 업무의 효율이 높아지는 속도가 빨라야 한다. 여기서 전체 업무에는 제작뿐 아니라 상담, 자료 정리, 수정, 검수, 납품까지 포함된다.

이미지 하나를 만드는 시간이 줄어도 클라이언트와 합의하는 시간이 그대로라면, 실제로 감당할 수 있는 작업량은 기대만큼 늘지 않을 수 있다. 작업이 많아질수록 소통과 관리가 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또 하나의 변수는 수요다. 제작 비용이 낮아져 더 많은 사람이 디자인을 의뢰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클라이언트가 직접 제작하면서 외주 수요가 줄어들 수도 있다. 어느 변화가 더 크게 나타나는지 봐야 한다.

이 방향을 판단할 때 관찰할 것
- 건당 단가와 실제 총작업 시간은 각각 얼마나 줄어드는가.
- 제작 외에 상담·수정·검수에 드는 시간도 줄어드는가.
- 가격이 낮아졌을 때 의뢰량이 충분히 늘어나는가.
- 클라이언트가 직접 제작한 뒤에도 외부에 맡기는 작업은 무엇인가.
- 처리량이 늘어도 품질과 수익을 유지할 수 있는가.

이 방향의 가능성은 “AI로 얼마나 빨리 만드는가”보다 한 건을 끝내는 데 드는 전체 비용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2. 남의 사업을 돕던 경험으로 내 사업을 운영하는 방향

두 번째는 클라이언트에게 제공하던 역량을 내 상품이나 서비스에 사용하는 방식이다.

상세 페이지와 콘텐츠를 만들어온 경험은 상품을 설명하고 판매를 돕는 데 쓰였다. 그 경험을 가진 사람이 직접 상품을 찾고, AI를 활용해 제작 부담을 줄인다면 판매자가 될 수도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개발과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시간 때문에 시작하지 못했다면, 이제는 직접 만들어보고 운영할 가능성이 생긴다.

이때 중요한 변화는 결과물을 만드는 사람에서 무엇을 만들고 누구에게 제공할지 결정하는 사람으로 역할이 넓어진다는 점이다.

그러나 제작이 쉬워졌다고 사업 전체가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상품을 고르는 일, 고객을 확보하는 일, 판매 후 대응, 운영과 수익 관리가 남는다. 특히 누구나 비슷한 수준으로 만들 수 있게 된다면, 제작 능력보다 고객에게 도달하는 경로와 신뢰가 더 중요한 차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이 방향에서는 ‘만들 수 있다’와 ‘계속 팔리거나 이용된다’를 구분해야 한다. AI가 전자를 쉽게 해줄수록, 후자를 검증하는 일이 중요해진다.

이 방향을 판단할 때 관찰할 것
- 내가 이해하고 있거나 이미 접근할 수 있는 고객이 있는가.
- 그 고객에게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필요가 있는가.
- 디자인 경험이 상품 선택·설명·판매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가.
- 제작비를 줄인 만큼 고객 확보나 운영 비용이 커지지는 않는가.
- 한 번의 관심이 구매·재구매·지속적인 이용으로 이어지는가.

이 방향의 가능성은 제작 역량을 실제 수요와 연결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작은 규모로 시작해 그 연결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3. 특정 분야에서 선택받을 이유를 만드는 방향

세 번째는 하고 싶은 분야의 사례를 먼저 만들고, 그 결과물을 통해 선택받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의뢰가 있어야 사례가 생기고, 사례가 있어야 다음 의뢰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AI가 제작 부담을 낮춘다면 이 순서를 일부 바꿀 수 있다. 내가 풀고 싶은 문제를 정하고, 직접 결과물을 만들어 공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쉬워지는 것은 나에게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보기 좋은 결과물이 많아질수록 시각적인 완성도만으로 차이를 설명하기는 어려워질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의 사례에는 결과뿐 아니라 판단이 드러나야 한다. 어떤 문제를 발견했는지, 누구를 대상으로 했는지, 무엇을 우선했고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가능하다면 실제 사용이나 반응을 통해 확인한 내용도 필요하다.

여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더 있다. 내가 보여주는 차이가 클라이언트에게 중요한 차이여야 한다. 내가 세밀하게 다듬은 부분이라도 상대방의 목적과 관계가 없다면 선택의 이유가 되기 어렵다.

이 방향을 판단할 때 관찰할 것
- 특정 분야에서 반복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무엇인가.
- 클라이언트가 비용을 지불하는 판단과 책임은 무엇인가.
- 내 사례가 외형뿐 아니라 문제를 이해하는 능력을 보여주는가.
- 사례를 본 사람이 실제 문의나 협업으로 이어지는가.
- 문의가 들어올 때 가격 외에 나를 선택하는 이유가 나타나는가.

이 방향의 가능성은 포트폴리오의 양보다 특정 문제를 맡길 만한 사람이라는 신뢰를 만들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4. 세 방향을 비교하는 기준

세 방향 모두 AI로 확보한 시간을 사용하지만, 그 시간을 투자하는 대상은 다르다.

시간을 투자하는 곳
제작량 확대: 더 많은 의뢰 처리
직접 운영: 내 상품·서비스·고객
선택받을 이유 만들기: 특정 분야의 사례와 전문성

수익이 생기는 방식
제작량 확대: 작업을 납품하고 대가를 받음
직접 운영: 판매와 지속적인 이용에서 수익 발생
선택받을 이유 만들기: 판단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의뢰받음

핵심 조건
제작량 확대: 단가 하락보다 효율 개선이 큼
직접 운영: 고객 수요와 운영 구조가 성립함
선택받을 이유 만들기: 차별적인 판단을 고객이 가치 있게 여김

주된 한계
제작량 확대: 소통·수정·관리 부담
직접 운영: 고객 확보와 운영 부담
선택받을 이유 만들기: 사례 제작과 신뢰 형성에 필요한 시간

확인할 신호
제작량 확대: 시간당 수익과 반복 의뢰
직접 운영: 구매·재구매·이용 지속
선택받을 이유 만들기: 분야가 맞는 문의와 선택 이유

이 기준으로 보면 “어느 방향이 미래에 유망한가”라는 질문만으로는 부족하다. 같은 시장 변화 속에서도 내가 가진 고객 관계, 분야 경험, 운영 능력에 따라 유리한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5. 미래를 볼 때 계속 확인할 질문

앞으로 AI가 발전할 때마다 결과물의 품질만 비교해서는 일의 변화를 충분히 읽기 어렵다. 다음 질문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제작이 쉬워지면서 절약된 비용은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제작자의 이익으로 남는지, 가격 경쟁을 통해 고객에게 넘어가는지에 따라 대행 업무의 전망이 달라진다.

클라이언트는 어디까지 직접 하고, 어디서 다시 전문가를 찾는가.
초안 제작은 직접 해도 방향 결정이나 최종 검수는 맡길 수 있다. 전문가에게 남는 일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봐야 한다.

결과물이 많아질수록 무엇이 부족해지는가.
제작물이 풍부해져도 고객의 관심, 신뢰, 선택할 시간은 제한되어 있다. 제작 이후에 생기는 어려움을 관찰해야 한다.

내 경험이 실제 선택과 수익으로 이어지는 지점은 어디인가.
내가 잘한다고 느끼는 부분과 시장이 비용을 지불하는 부분이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6. 현재의 가설

현재로서는 AI가 디자인 경험의 가치를 일괄적으로 낮추거나 높인다고 말하기 어렵다. 어떤 경험은 자동화되면서 가격이 낮아지고, 어떤 경험은 더 넓은 일을 직접 해볼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나는 앞으로의 변화를 세 가지 가능성으로 관찰하려 한다.

더 효율적으로 납품하는 사람.
자신의 상품과 서비스를 운영하는 사람.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판단으로 선택받는 사람.

지금 하나를 정답으로 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각 방향을 작은 규모로 시도하면서, 작업 시간과 수익, 고객 반응과 반복 이용, 문의의 성격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기록할 수는 있다.

미래에 대한 예상은 그 기록을 통해 수정해나가려 한다. AI가 무엇을 할 수 있게 되는지와 함께, 사람들이 무엇을 직접 하고 무엇에 계속 비용을 지불하는지를 보는 것. 그것이 내 일의 다음 방향을 판단하는 기준이다.